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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터줏대감

속담에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웃에 있는 사람이 멀리 있는 친척이나 친구보다 더욱 가깝다는 의미인데 요즈음엔 이 말을 모르는 사람도 있고, 이웃이 더는 이웃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한국 뉴스를 보면 이웃끼리 층간소음이니 주차문제로 다투고 소송을 하기도 한다니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한 시대를 사는 중이다.   우리 집엔 금귤나무 12그루가 있다. 흔히 낑깡이라 부르기도 하고 영어로는 쿰콰트(Kumquat)라고 한다. 껍질째로 먹는 새콤 달콤한 과일로 특히 비타민 C가 많고 칼슘도 많다. 쿰콰트를 뒷마당에 여섯 그루를 심고 차고 옆 울타리에 여섯 주를 심었다. 올해 낑깡이 풍작이라 울타리에 심은 것은 노란 전구가 무수히 달린 듯 상큼하고 보기에 좋다. 오며 가며 산책길의 사람들이 신기해하기도 하고 따먹기도 하니 동네 간식인 셈이다.   시큼해서 나는 잘 먹지 않아도 종종 신 것을 좋아하거나 감기 걸린 이에게 따서 주면 반가워한다. 지난주 예배시간에 메시지가 왔다. 앞집의 폴이 잼을 만드는 중인데 제스트(zest)가 필요해서 우리 울타리의 낑깡을 조금 따고 싶다고 한다. 제스트는 감귤류 껍질에 있는 펙틴인데 잼을 끈기 있게 하려면 껍질을 갈아 넣으면 유용하다. 아무 때나 필요한 만큼 따서 쓰라고 답장했다.   며칠간 계속된 비에 금귤이 많이 떨어졌기에 남은 걸 따려고 나가니 다른 앞집인 미오 할머니 손녀가 일부러 알려준다. 며칠 전에 어떤 이가 자루를 들고 와 따기에 다른 사람들 위해 남겨두라고 말했단다. 자기 집 2층 창밖으로 우리 울타리가 잘 보여 본의 아닌 보초를 선 모양이다. 나눠 먹는 이웃이 나무를 지켜주는 이웃이기도 해서 고마웠다.   낑깡을 따서 향긋한 술을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기도 하고, 금귤청을 만들어 나누기도 하니 조그만 귤이 이웃 사이를 정답게 한다.   ‘격장지린(隔墻之隣)’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담을 사이에 둔 이웃이라는 뜻으로, 아주 가까운 이웃의 의미 곧 이웃사촌과 같은 뜻이다. 혹여 담이 증오나 미움의 담이 아니길 바란다. 사랑의 담이어서 그 담으로 별식도 넘나들고 도움도 나누는 담이었으면 좋겠다.   오래전 이 동네에 집을 사고 부모님께 알렸더니 아버지가 편지하셨다. “미국에서 첫 집을 사다니 기쁘다. 네가 먼저 좋은 이웃이 되어라.” 바로 그 집에서 37년째 살고 있다. 가장 젊은 주민이었는데 이젠 어른들은 다 돌아가시고 세대교체가 되면서 우리 집이 절로 동네 터줏대감이 되었다.   이왕에 터줏대감이 되었으니 이웃의 범위도 확장하여 앞 세집, 두 옆집과만 교제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웃과 사랑을 나누며 여생을 푸근한 터줏대감으로 살고 싶다.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터줏대감 동네 터줏대감 이웃 사이 금귤나무 12그루

2024-02-15

익숙한듯 낯선, 동네 나들이 어때요?…엣워터 빌리지(Atwater Village)

캘리포니아 햇살 따갑게 쏟아지는 엣워터 빌리지를 걷고 있노라면 일상 속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마음까지 제법 가벼워진다. 지난 주말 아침 찾은 이곳은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나온 젊은 부부부터 느긋하게 반려견과 산책 나온 동네 주민들로 북적였다. 카페 야외 테이블에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책을 읽는 노신사와 눈이 마주치자 반갑게 눈웃음을 건넨다. LA한인타운에서 글렌데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이곳은 역사적인 랜드마크와 트렌디한 가게들이 공존해 동네 주민뿐만 아니라 LA 주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작은 타운이다. 반나절 산책 삼아 친구와 수다도 떨고 쇼핑도 즐길 수 있는 엣워터 빌리지의 놀거리, 먹거리, 볼거리를 소개한다.     ▶엣워터 빌리지 100% 즐기기   LA한인타운에서 차로 20~30분 거리에 있는 엣워터 빌리지는 젊은 주민들이 많은 동네답게 식당부터 편집숍에 이르기까지 거리 전체가 힙함 그 자체다. 일단 이곳에 도착했다면 무조건 동네 명물 프루프 베이커리(proofbakery.com)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2010년 한인 마나영씨가 오픈한 이곳은 작은 가게로 출발했음에도 몇 년 안가 LA 최고의 베이커리로 등극한 명실상부 LA 대표 베이커리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크로와상을 들고 창가에 앉아 행인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여유로워 진다. 가게를 나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주스 가게와 홈메이드 유기농 전문 식당 둔(Dune)이 보이는데 이 식당 테이크아웃 전용 윈도는 점심시간 전임에도 포장 손님들로 붐볐다. 글렌데일 방면으로 걷다보면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숍, 서점, 선물가게, 카드 가게, 옷가게들을 구경한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진다. 요즘 보기 드문 동네 책방인 아리아스 북이스트(Alias Books East)와 LP판과 카세트 테이프를 판매하는 잭나이프(Jacknife Records & Tapes)는 꼭 들러보길. 또 유명 브랜드 샘플을 세일가에 판매하는 더런웨이(The Runway)도 패셔니스타라면 눈여겨 볼 가게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윈도 쇼핑을 하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 점심 메뉴는 이 동네 터줏대감 헤일메리 피자(hailmarypizzala.com)에서 마가리타 한 판(17달러)을 주문해 찹샐러드와 함께 먹었다. 그리고 블랙 엘리펀트 커피(Black Elephant Coffee)에서 카페모카 한 잔 주문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다보면 일상 속 스트레스가 훌훌 날아간다.       ▶쇼핑   젊은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답게 빈티지 옷가게, 아동용품 전문점, 액세서리 숍부터 식당, 카페, 바, 아이스크림 전문점에 이르기까지 트렌디한 숍들은 이 거리에 다 모여있다. 북유럽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면 가구및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드코르(dekorliving.com)를 방문해 보길. 이날 가게에 들어서니 동네 주민들은 물론 멀리서 원정 온 인테리어 덕후들로 북적였는데 운좋으면 가끔 절반 값에 인테리어 소품을 건질 수 있다고.     또 트리하우스(treehausla.com), 드림스LA(dreamslosangeles.com), 구디(goodies.la), 요크(shopyolk.com) 등에서도 엣지있고 특색있는 소품들과 의류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식당   거리를 걷다 당충전이 필요할 땐 LA 대표 아이스크림 전문점으로 자리매김한 원더러스틱(wanderlustcreamery.com)에서 이곳 시그니처 메뉴인 '스티키 라이스 망고' 아이스크림을 맛볼 만하다. 홈메이드 쌀우유를 베이스로 코코넛 크림과 망고가 들어간 이 메뉴는 유당불내증이 있는 이들도 맘놓고 즐길 수 있는 메뉴. 멕시칸 푸드 매니아라면 타코스 빌라 코로나(Tacos Villa Corona)에서 개당 3~7달러짜리 타코도 먹어볼 만하다. 오전 6시부터 오픈하는 이곳은 브랙퍼스트 부리토(6달러)가 유명하다. 점심무렵엔 대기줄이 있을 만큼 인기.   또 둔(dunekitchen.com)에서는 프라이드 치킨으로 만든 샤와마 샌드위치와 후무스 플레이트 등을 주문해 일행과 나눠 먹으면 좋다.     ▶파머스 마켓   2005년 오픈한 파머스 마켓은 매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글렌데일 블러바드 선상 라가 애비뉴(Larga Ave) 주차장에서 열린다.   유기농 야채와 허브 등을 판매하는 남가주 유기농 농장 24곳이 참가하며 이외에도 빵,육류, 해산물, 치즈 등을 판매하는 전문 식품업체부터 꽃가게, 비누, 액세서리숍 등이 있다.     오이스터 바, 스무디 가게, 주스바 등도 입점해 있어 쇼핑하다 출출하다 싶으면 신선한 요리를 즉석에서 즐길 수 있다. 마켓에서는 EBT, 마켓매치, FMNP를 이용해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다.       ▶주소: 3528 Larga Ave, LA, CA 90039   ▶문의: seela.org/markets-atwater-village 글·사진=이주현 객원기자atwater village 동네 주민들 동네 터줏대감 동네 명물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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